벌써 십몇년이 지났기에 2002 인지 2006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월드컵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한참 라디오 듣고 있는데 dj가 한국 이기면 번개 할까? 라는 말을 농담 삼아 얘기하였는데 그걸 들은 사람들은 라디오 커뮤니티에 진지하게 번개 얘길 하게 되고 커뮤니티 게시판을 본 dj는 농담이라얼버부렸지만 그디그청이라고 20명 내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며 번개의 대한 열띤 토론을 하던 청취자들은 무작정 엠비씨 앞에서 죽쳐보자 고 이야기가 진행 되고 실제로 20명 가까운 다양한 사람들이 엠비씨 뒷문에서 모이게 된다.

그 라디오 프로그램은 고스트 스테이션이고 그 dj는 고 신해철씨였다.

라디오 진행 막판에 커뮤니티 글을 본 신해철씨는 진짜로 라디오가 끝나고 뒷문으로 나와 당시 베이시스트분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과 함께 장난스레 앞발차기 시늉을 하며 오라고 진짜오냐 라는 멘트와 미소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실제로 보니 키는 작지만 20명 남짓한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도 평소와 변함없는 입담과 의연함에 항상 당당한 모습으로 보이던 내가 알던 이미지의 그 신해철씨가 맞구나 하면서도 키는 상관없이 사람이 크게 보이는게 이런것이라는 걸 처음 느끼게 해준 사람이었다.

잠시 엠비씨 뒷문 길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기왕 이렇게 모였으니 간단히 맥주나 하자며 여의도 공원에 가서 각자 마실 캔맥주를 사주시고 정자에 원 모양으로 앉아 한명 한명에게 아이디를 물어봐주고 고민도 들어주며 꿈에 관련된 얘기도 진지하게 해주셨던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이세상에 안계시지만 아직도 내 음악 목록에 히얼아이스텐포유, 힘을내, 해에게서 소년에게, 일상으로의 초대 등 몇 해가 지나도록 듣고 또 듣는 노래를 불러준 고 신해철 씨가 갑자기 생각나 이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