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였던 어머니는 서울 가발공장에서 일하셨단다.

명절을 맞아 고향집 춘천행 기차를 탔단다.

덜컹거리는 의자에 등기대고 졸고있는데 눈앞에 슥

계란하나, 사이닷병 하나가 들려있드랬다.

'이것좀 드십시오.'

손의 주인은 휴가복귀라도 하는듯한 군인하나.

부끄러운지 새빨개진얼굴로 정작 얼굴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괜히 헛기침만 연신 해댔단다.

긴 기차행에 출출하던차에 마침 잘됐다 생각하고

그 닭알 하나, 사이다 한병 냉큼 받아들고 맛나게도 먹었단다.

내릴때가 되어 짐보따리 챙겨들고 문앞에 서있는데

아까 군인녀석이 빳빳한 쪽지 네번접어 손에 쥐어주더란다.

"기다리겠습니다."

그런데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종이쪽지를 읽지도않고 버렸단다.

그리고 2년이 지나 다시 고향집엘 내려갔는데

고향친구 하나와 버스여행을 했단다.

버스를 꼬박 반나절동안 타고 도착한곳이

충남 태안의 버스정류소였단다.

고된 버스여행의 피로라도 풀기위해 식당엘 먼저 들렀단다.

국밥하나씩 시켜서 호호 불어먹는데 누가 오더란다.

"오래기다렸습니다.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부끄러워 새빨갛던 얼굴은 농사일과 뱃일로 새까맣게 변했고

혹시라도 자기를 못알아봐줄까봐 제대하고나서도 2년을 꼬박 입고 나온 군복도 낡았었단다.

뭐, 같이왔던 친구 혼자 춘천까지 갔다니

큰누나는 그때 생겼는가 보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참 싫어하신다.

왜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애를 잡아갔는지.

잡아가놓고 왜 혼자 먼길을 떠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