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과 레이싱걸 - 53





















간만에 자신이 좋아하는 누군가와 함께 길을 걷고 있다는게 너무 행복했다.

띠리리리

세영은 자신의 오빠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어머, 오빠. 뭐야 이렇게 늦은 시간에.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알아?"


전화기 너머로 세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임마, 오래비가 사업하다 보면그랄 수도 있지."

"몰라. 나 삐졌으니까 알아서 해."


"지금 으디고?"

"왜?"


"여기로 온나."

"거기가 어딘데?"


"우리 술집."

"알았어."



문득 세영은 춘길을 자기 오빠에게 소개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조폭이 세영의 오빠임을 알게되면 춘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안봐도 비디오겠지만, 첫눈에 그걸 알아보기엔 힘들 것이다.

그냥 사업하는 사람 정도로만 알고 있을것이다.


"저기 춘길씨."

"예?"

"저희 오빠도 지금 서울에 올라와있는데... 같이 한잔하는건 어때요?"

"지야 뭐, 상관 없슴니더."


아무렴 좋았다. 그냥 단지 술이 마시고 싶어졌을 뿐이었으니까.



"그럼 그리로가요."

"예."



세영의 차에 올라탄 춘길은 그녀와 함께 쭈꾸미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세영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쭈구미 세준과 춘길이 안면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것도 거의 원수지간이라는 사실에다가

쭈꾸미가 눈깔행님을 죽였다는걸 유일하게 알고 있는게 춘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







세준은 사무실을 나서며 김석 사장에게 말했다.



"오늘 순자씨 술한잔 사줄라 카는데 갠찮제?"

"아, 물론이죠. 연습 스케줄 빼드릴테니 같이 다녀오시죠."

"오케이."


그 길로 사무실을 내려가던 그는 연습실 입구에 있는 순자를 발견했다.


"순자씨."

"아, 네 사장님."

"나랑 술 한잔 하러 가지? 사업 얘기도 해야되고.."

".....그..그게.."



좀 망설이는 듯한 그녀를 본 쭈꾸미는 말을 이었다.



"스케줄은 다 빼놨응께 괘안타."

"그게 아니라...."


순자는 사실 무서웠다.

연예계가 어떤 곳인가.... 자신의 스폰서와는 하룻밤쯤은 그냥

보내줘야 뜰수있다는 은밀한 소문이 감도는 곳이었다.

왠지 이대로 가면... 자신의 순결을 빼앗길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녀의 눈빛을 보고 뭔가 눈치 챈 쭈꾸미는 실소를 터트렸다.


"푸하하. 하이고~ 내가 잡아 먹을까바 그라나? 걱정하지마라.
내 여동생도 같이 부를꺼니까. 그런거 걱정 안해도 된다."


그 말을 끝으로 쭈꾸미 세준은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으디고? 지금 온나. 우리 술집으로."


분명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걸 들은 그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자였다.



"네. 그럼 간단하게 한잔해요.."


그렇게 순자는 쭈꾸미의 차에 몸을 실었다.





***






어느덧 서울에 도착한 혜연과 미희.

아니, 실은 도착한지 이미 1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자꾸 같은 길을 도는 것 같다고 느낀 혜연이 미희에게 물었다.



"우리 어디로 가야되는지 알고 가는거야?"

"센터 근처에 오피스텔 잡아놨데. 이번엔 좀 긴 행사라서 오래 있을꺼라고 그러더라구."



그건 혜연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아니.. 그 센터 근처 오피스텔이 어딘데...."

".......지금 찾고 있어."



역시 미희는 헤메고 있었던 것이다.



"어쩐지 1시간이나 되도록 빙빙 돈다 했어..."

"헤헤, 미안. 이번에 돈 나오면 네비게이션 꼭 사자."

".... 살게. 도 아니고 사자. 라니?"



뭔가 불길한 예감이 감도는 혜연은 미희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니가 돈 보태줘야지. 같이 타고 다니는 찬데!?"

".....내..내가?"



뭔가 껄끄러운 혜연이었다. 아니 자기 차에 쓸 네비게이션을...

그걸 눈치 챈 미희가 말을 이었다.



"너, 얼마전에 내 차 긁었던거 기억하지?"

".......알았어. 사악한 년. 하여간 그런건 안 잊어먹어요."

"으하하하하. 내가 좀 사악하긴하지."



멍멍!!!

갑자기 창밖을 보고 부르짓는 땡칠이를 끌어 안으며 혜연이 말했다.



"어머, 얘는 갑자기 왜 이러지? 조용히해 땡칠아~!"




수 많은 차가 지나가고 있는 도로 중앙에서 땡칠이는 갑자기

짖어대고 있었다.




***




아무 생각 없이 차에 타고 있던 춘길은 피곤한지 살짝 눈을 감고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지나가는 빨간 스포츠카.

그 속엔 미희와 혜연 그리고 땡칠이가 타고 있었다.


춘길을 본 땡칠은 마구 짖어대기 시작했지만

길찾느라 정신 없는 미희. 땡칠이 보느라 정신 없는 혜연은

옆 차선에 있는 차에 춘길이 타고 있다는걸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물론 눈 감고 있는 춘길이 옆에 차가 보일리 없었다.

창문도 서로 다 닫혀있었기에 땡칠이 소리 조차 들릴 리 없었다.




세영의 차는 순간 갓길로 빠지며 우회선을 했고, 미희의 차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좌회전 차선으로 서서히 옮겨갔다.



문득, 이상 야릇한 느낌이 든 춘길은 눈을 뜨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왠지 모르게 저 멀리서 땡칠이의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 도시 한복판에서 그게 가당키나 하단말인가.


문득 땡칠이 생각이 난 춘길은 우울한지 창문을 열어

저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땡칠이를 떠올렸다.


그런데 왠지 혜연이 생각이 나는 춘길. 그는 재차 머리를 흔들었다.



"왜 그래요 춘길씨?"

"아입니더."


"그런데 그 순자? 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죠?"

"가숩니더."


"네? 가수요?"

"예."


"그런 가수는 없는거 같은데...."

"가수가 된다고 서울로 갔슴니더. 아마 가수가 되있을겁니더."


"아, 가수 지망생 인가보네요?"

"아마, 곧 티비에 나올낍니더."



세영은 생각했다.

도대체 저 알 수 없는 자신감은 무엇이란 말인가.


세영이 생각하기엔 분명 순자라는 여자는

그냥 춘길과 같은 동네에 살던 촌 여자일 것이다.

그리고 그냥 가수가 되고 싶어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는데

그녀를 찾겠다고 따라 나선것일거라고 생각한 세영.


대충 그녀의 추리가 맞긴했다.

문제는 춘길이 어디서 저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건가 하는 것이었다.




'그냥.. 순수한건가...
아니면 단순한건가..
저 알 수 없는 믿음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세영은 어쨋거나 좋았다.





***




어느덧 약속장소에 다른 세영과 춘길.


그 술집은 쭈꾸미 관리 아래에 있는 술집이기도 했지만

평소에 서울에 오면 애용하는 술집이기도 했다.

세영이나 세준이나 둘다 말이다.



그렇게 술집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세영의 휴대폰이 울렸다.



"어. 오빠?"

"그래. 나 지금 가수 지망생 순자랑 있으니까 얼른 와바."

"어....?"


순간 세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세영은 살짝 춘길에게 웃어보이며 그에게서 조금 떨어졌다.

혹시나 그의 목소리가 춘길의 귀에 들어갈까 싶어서였다.



"누..누구라고?"

"순자라고 카는데.. 촌에서 올라왔단다."


머리가 띵 해지는 느낌을 받은 세영.

이대로 둘을 만나게 해도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영은 제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찾아주겠다고 했지만 이런 식으로 바로 찾아주게 될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자신의 오빠인 쭈꾸미가 이번 연예계에 손을 대면서

스폰서를 해줄 사람이 춘길이가 그렇게도 찾고 있는 순자라니...


세영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맴돌았다.





















by 도도한병아리






기회?



인생에 있어서 딱 3번 찾아온다고?

그건 주어지는게 아냐.



자기가 만들어 가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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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꽤 엄청난 슬럼프에 시달렸었습니다.
사실 제가 농땡이 피운건 엄연한 사실입니다만...
그것도 그거지만 글도 안써지는데 붙잡고 늘어 질 순 없었기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막 놀아버리게 된겁니다.
뭐, 그래도 다시 정신 차렸으니까.. 열심히 성실 연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