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시간나는 대로 올리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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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아빠는 일이 있으셔서 먼저 나가시고, 하조삼촌과 세기삼촌


그리고 내가 집에 남아 있는 상태.



그 번화가 거리에서의 일 이후로 난 집밖을 일절 나가지 않고 있었다.


물론 학교는 갔지만.. 그일 외에에는 일절. 아예 나가지도 않았다.


삼촌들도 그게 좋겠다며 내가 집밖에 나가는걸 원치 않으시는듯 해서


아예 집안에 틀어박혀 뒹굴대고 있었다.




"희은아, 심심하면 삼촌이 비디오라도 빌려다 줄까?


재밌는걸루다가...."



하조삼촌이 며칠간 집에만 있는 내가 안쓰러웠던지 날 보고 말하셨다.


옆에 있던 세기삼촌은 하조삼촌의 말이 옳다는듯 고갤 끄덕이시며 말했다.



"그래. 희은아, 뭐 보고 싶어?"


"아뇨.. 저 괜찮아요 삼촌. 티비로도 충분한데.. 히힛."


"정말 괜찮겠어? 나같으면 지루해 죽을것같구만...."



하조삼촌은 마치 자기자신이 하루종일 집에 있기라도 한 듯 질린 얼굴을


하고서 고갤 내저으셨다.



"괜찮아요~ 이걸로도 충분해요.. 근데.. 삼촌들은 어디 안나가세요?"


"응. 이따가 나가야지. 왜? 아직도.. 좀 불안하니??"



세기삼촌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날 바라보았고.


난 안그래도 요며칠 걱정끼친게 죄송해서 애써 고갤 저으며 환히 웃었다.



"아뇨! 그건 아니고.. 그냥... 혼자 있으면 쓸쓸하니깐...."


"그럼.. 나가지 말까~?"



세기삼촌이 내 기분을 풀어주려는듯 장난식으로 말해오자


어쩔수 없이 웃어버리고 말았다.



"푸훗.."


"역시.. 희은이는 이 세기삼촌이랑 코드가 맞단 말이야.."


"나가셔야죠. 이따가 나가세요 삼촌."


"그래. 무슨일 있음 바로 전화하구! 알았지?? 이 삼촌이.. 마음이 안놓인다..."



세기삼촌은 나와 같이 저번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듯 먹먹한 표정을 지었고.


옆에 있던 하조삼촌이 애써 분위기를 풀어보려는듯 호탕하게 웃어보이셨다.


덕분에 옆에 있던 세기삼촌이 귀를 막으며 인상을 찌푸리신다.


그럼 난 세기삼촌을 보고 또 웃음짓고.




이렇게 웃는 날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맘속으로 남몰래 다른 말을 중얼거려본다.






*




삼촌들이 나가시고 난 후 30분정도 되었을까.


얼마 있지 않아 신경이 날카롭게 변한다.


문밖에서 사람 발소리만 들려도 괜히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느낌이고.


들리지 않았다가 들리는 모든 소리들에 내 심장이 자꾸 불안하다고 반응한다.


삼촌들한테는 얘기 안했지만... 아빠한테도 애써 웃으며 아무말 안했지만.


나 정말....





미쳐버릴것 같다....




"괜찮아... 김희은, 그사람들이 여길 어떻게 들어오냐? 만약


너 존재를 알아차렸다고해도. 이 건물은 들어올수 없다고 이 바보야.


제발 진정해.... 왜이래....."



침을 한 번 꿀꺽 넘기고는 지금 생각나는 단 한사람의 번호를


핸드폰을 꺼내 꾹꾹 눌러나가기 시작했다.


얼마 안가 신호음이가고..... 그 신호음은 영원히 멈추지 않을것처럼


계속해서 가고... 또 간다.



결국 또 안받는거니....?


성선혜. 이 나쁜년아....


어떻게 이렇게 안받을수가 있어. 너가 그러고도 친구냐!!


나쁜지지배....씨이...........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소파위에 던지듯 놓아버리고는 잠이라도 청하려고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무릎에 얼굴을 꼭 꼭 묻고서 아무소리도 들려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눈을 감았다.


이대로 그냥. 깊이. 잠에 빠져들었으면 좋겠다....


눈을 떴을땐 다음날 아침이기를....





*




좁은 집. 군데군데 곰팡이가 피어 있다.


두명정도 들어갈수 있는 방에 누워 잠이 들어 있는 김시우.


새벽5시가 되자 시끄럽게 알람이 울려대고. 알람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시우는


망설임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기지개를 쭉 켜고는 방문을 열고 부엌겸 거실이


나있는 곳으로 나갔다.




엄마는 아직 일어나지 않으신건지 안그래도 조용한 집안이 더 조용하다.


냉장고가 있는 쪽으로 가 문을 국이 들어있는 냄비를 꺼내들었다.


가스렌지에 올려놓고는, 다른 밑바찬들도 꺼내서 식탁위에 올려놓았다.



얼마있지 않아 엄마가 잠들어 계시는 방문이 스르르하고 열리더니 엄마의


얼굴이 나타났다.



자리에 누운채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는 엄마를 보곤 깜짝놀라


엄마에게로 달려가듯 갔다.



"누워있으세요. 왜 일어나려고....하세요.


밥 준비 다 되어가니까 좀만 기다리시고, 저 나갈거니깐


문단속 잘하세요. 엄마 저 운동 하러 갔다가 바로 알바갈거니까


기다리지마시구요. 아셨죠?"



"벌써 나가게?"



"나 원래 이시각에 나가잖아요~ 헤헷..


몸.. 어디 불편하신덴 없는거죠 엄마?"



"응. 괜찮아. 하나도 없어 정말.."



"그럼 다행이구요. 밥차려놓고 갈거니깐 밥 꼭 다 드시고요!


아셨죠?? 남기시면 안돼요."



"알았어. 알았어...... 고마워 항상. 우리 시우.....


엄마 맘 알지?"



시우는 엄마의 애정표현에 쑥스러운듯 눈을 잘 마주치지 못했다.



"엄만... 새삼스럽게....."




국이 다 끓자 국자로 그릇에 국을 퍼 담고는 상위에 올려놓는 시우.


상위엔 소소하지만 맛있어 보이는 반찬들이 가득 차려져 있다.


시우는 상을 들어올려선 엄마가 있는 방으로 급히 걸음을 옮겼고.


시우엄만 시우가 들어오는걸 보곤 급히 상체를 일으켰다.


상을 바닥에 내려놓은 시우가 숟가락을 엄마 손에 꽉 쥐어주며


얼굴에 환히 미소를 담고는 말한다.



"꼭꼭 씹어서 다 드셔야 해요! 엄마, 아들 나갔다 올게요.."


"응. 우리 아들 잘 갔다와~"


"네엡~!!"





*




집 동네 공원.


운동기구가 있는 곳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김시우.


아령이 있는 곳에 누워 아령을 들며 열심히 운동을 하다가,


자리에 서서 줄넘기로 자신을 자학이라도 하려는듯 매우 열심히인 시우.


줄넘기를 마친 후에는 팔굽혀펴기를 하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매우 결연해


보이는 표정.




내가 이렇게 운동을 하는 이유는.


강해지기 위해서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3년전.....




시우가 현재 살고 있는 집.


열여섯살의 시우는 뭔가 불안한 모습으로 눈치를 보며 밥을 먹고 있다.


조용한 집안에 갑작스레 울려퍼지는 누군가의 목소리.


시우의 아버지가 갑작스레 현관 문을 열고 집안에 들이닥친 거였다.



"야 진혜숙!!!! 진혜숙 어디있어!!!!!!"




시우의 아빠가 성난 얼굴을 하고서 눈에 보이는건 다 때려부술 기세로


집안으로 들어와 화장실문, 방문은 죄다 열어보고 있었다.


겁에 질린 시우는 밥을 먹다가 숟가락을 툭하고 떨어뜨렸고..


곧 시우 엄마를 찾은 시우 아빠는 시우 엄마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무작정


시우엄마를 때리기 시작한다.


그 생생한 소리가 그대로 시우의 귓속으로 들어오고 있었고..


시우는 무섭지만. 말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방으로 뛰어들어가 아버지를 말린다.




"야 이년아!!! 넌 좀 쳐맞아야돼 씨발년!!!!!!"


"아빠 그만 하세요 제발!!!"


"넌 뭐야. 안비켜? 비켜 이자식아!! 너도 애미 편이냐?? 엉???

이집에 내편은 아무도 없지?? 비켜!! 안비켜?!!!"


"그만하세요!!!!!!"


"비켜!!!!씨발!!!!!!"



시우를 가볍게 떼어내버리고는 다시 시우엄마에게 폭력을 쓰기 시작하는 시우아빠.


시우는 아빠에게 떠밀려 테이블 모서리에 등을 받치고는 괴로운 신음소릴 흘리며


아빠가 있는 쪽으로 손을 겨우 뻗었다.




"아빠...제발......!!"




"말 좀 해봐 이년아!!!너 그자식이랑 뭐했어? 어?? 나 능력없다고 무시하더니


그래. 그자식이랑 그런 사이였구나!!!!이 죽일년아!!!!!


내가 누구 때문에 이런 궁상을 떨고 사는데 썅년아!!!!!"




시우엄만 그저 시우아빠의 주먹을 다 맞아가며 눈물만 흘리고 있었고.


시우는 겨우 일어나 아빠에게 다가서서 말리고 있었지만. 맘속으로는 아빠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차있어 제대로 말릴수가 없었다.


아빠를 떼어내려고 노력은 하고 있었지만...


자기 자신이 아버지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힘이 모자라서.


자기자신이 나약해서. 또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에.


사랑하는 엄마를 제대로 도와줄수 없었다..




엄마는 아빠에 의해서 또 저렇게 눈물흘리는데..


아파서 눈물흘리고.괴로워하는데..


해줄수 있는게 없다.


신고는 더더욱이 할수도 없다.


신고하는건 엄마가 바라지 않았다.


결국 자긴 무능력하게 그저 아빠의 힘에 끌려다니며


바보같이, 병신같이.. 그런 엄마를 바라보고만 있어야한다.


언제나. 항상..





*




나는 항상 그랬지만..


나와는 전혀 다른 형은.....



달랐다.





아빠의 폭력의 강도가 조금씩 더 심해져가고..


난 괴로움에 제발 그만하라고 소리치고..


엄만 온몸이 피멍이들어가는데도 아무말없이 눈물만 흘리시고..



이러고 있는데.



언제나 이런 상황을 확실하게 정리해주는건 형뿐이였다.


남들은 형보고 그저 문제아에. 양아치일 뿐이라고 손가락질 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형은 전혀 그런 이미지가 아니였다.


그렇다고 나와 친했냐 하면 그것도 아니지만... 형은,


적어도...


정말 적어도...


나와는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목숨 다받쳐 지켜줄줄 아는 남자였다.


내 눈에 형은 그래보였고 또 그런 사람이였다. 분명..




현관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니나 다를까 형이 나타난다.


아빠가 있는 방으로 들어와 가볍게 아빠를 엄마에게서 떼어내버리고는


끊임없이 폭력을 행사하고 또 행사하는 아빠의 주먹을 두손으로


꼭꼭 붙잡아둔다.



덕분에 열이 더 받을대로 받은 아빤 눈을 크게 뜨고는 잡아먹을 듯이


형을 향해 소리친다.




그때 그 아빠의 눈은 정말.....


너무나 무서웠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 같아 보였다.


술을 먹지 않았는데도 꼭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정신이 나가보였다.




"뭐야 넌또!!! 안놔 이새끼야!!!!!"


"그만하시죠..."


"놓으라고 새끼야!!!!"




형은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


애써 화를 눌러 삭힌채 아빠와 대화를 해보려고 애썼다.


이미 아빠의 그 못된 손버릇과 거친 성격은 형도 포기해버린지 오래였지만..


형은 아빠와 대화를 시도하려 노력했고.


아빠는 어린아이처럼 악만을 쓰며 형의 얘기는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놔. 놓으라고. 놓으라고!!!"


"못놔요."


"뭐??"


"못놓는다구요."


"어그래..이제 니가 다컸다 이거지? 아빠 눈 똑바로 쳐다보고

아주 잘하면 때리겠다? 응??"



아빠는 어이가없다는듯 웃으며 매섭게 형과 얼굴을 마주했고.


형은 아빠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채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아빠도 엄마 때리는데... 아들이 아빠 때리란 법은 없을까요."


"뭐 이새꺄??푸하하하~"


"엄마 그만 괴롭히세요. 엄마 덕분에 감방 면하는거 모르세요?

가세요..보내드릴때..."


"못가겠다면?"



아빠는 어이가 없는듯 웃으며 형을 보고 말했다.


니가 어쩔테냐 하는 그 표정으로.




"가시라구요..."



아빠의 두 주먹을 포박한 형의 주먹이 미세하기 떨리기 시작했다.


형의 눈동자 또한 더이상 견딜수 없다는듯 괴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만약 아빠가 형을 더 자극한다면..


형은 아빠보다 더 이성을 잃어버리고 말 것 같았다.


잠깐동안의 침묵이 집안을 메우고..


그때까지 입을 꼭꼭 닫고 있었던 엄마가 형을 보고 간절히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만해.... 지혁아...응....?"



"....가세요....제발..."




형의 마지막이라는듯 한 간절한 말..


그 말에 아빤 빤히 형을 응시하고 있다가, 고갤 돌려 엄마를 한 번 더 쳐다보다가.


또 나에게로 시선을 두시고는 피식 하고 미소짓고는.



"잘먹고 잘살아라.. 응?"



그대로 몸을 돌려 미련없다는듯 집밖을 나가버리신다..




*




집밖에서 오랜만에 단둘이.


형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담배를 입에 물고는 서있는 형과..


그런 형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나.



하루는 또 가고 있는데.


해는 또 지고.. 어둠이 찾아오고 있는데.



나는, 아니 우리 가족은 달라지는게 하나도 없다.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는데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건지


난 정말 모르겠다.


형은 알까.... 형도 모르겠지.



계속 침묵만 지키고 있던 형이 담배를 손에 쥐고는 나에게 말했다.


시선은 여전히 앞을 향한채..



"너가 그러고도 사내놈이냐?? 바보같은자식아....


엄마가 맞고 있으면 너가 지켜줘야지 이 멍청아.


너 이제 열어섯이잖아. 열어섯이면 다 큰 나이구만...


뭐가 무섭냐? 너 엄마 안사랑해? 엄마 싫어? 아니잖아...


너 엄마 사랑하잖아. 엄마 그대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바보같이 가만히 있는거야."



"......미안해......할 말 없어....


나 엄마얼굴 보기도 너무 부끄럽고.. 나도 그럴때마다 정말 죽고싶어.


나약한 내 자신때문에 죽고싶다고.... 형이 안그래도 나 충분히 괴로워.


그러니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픽 하고 웃어버리는 형.


그제야 내게 고갤 돌리곤 나와 얼굴을 마주하곤.


진심이 담긴 말로 내게 말하는 형..



난 그때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건 핑계야... 너가 나약하다고? 요즘 열여섯 남학생이 나약하냐?


그래. 나약하다고 치자. 나약하면? 너가 지켜줄수 없는거야??


나약하면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하는거야? 나약하니까?


너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면 니 목숨이 위험하다고 해도 지켜줘야 하는거 아냐????


넌 그냥 두려워서 핑계대고 있는것 뿐이잖아....


너가 잘못되는 일이 있어도 지켜줘야 되는거 아니야...?"




".................."




"난 진짜 남자라면..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정도는 지켜줄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그게 엄마든 여자친구든...."




형이 나한테 그런 진솔한 얘기를 해주는건 난생 처음이였다.


아빠가 엄마에게 폭력을 쓰는 순간부터 우리가족은 자연스레 대화가 없어졌고


대화가 있다고 해도 그건 형식적인.. 정말 형식적인 대화일 뿐.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잘먹겠습니다. 잘먹었습니다..




엄마도 언제부턴가 말수가 부쩍 줄으셨고 자연스레 우리 가족은 대화가 단절된


상태로 하루하루를 지냈던것 같다.



형하고 나또한 예외는 아니였다.



형은 학교에서 시비거는 친구들이 많은지 자주 얼굴에 싸운 흔적을 남겨오곤 했다.


그래서 아버지와 싸움이 더 잦았다. 형은.


인생에 도움도 안되는게 매일 싸움박질이나 해서 학교 불려가게 만든다고..


그렇다고 아버지가 형의 학교로 간적은 단 한번도 없지만.



형이 자주 싸우는건 사실이였지만, 난 형이 어쩔수 없이 싸웠다고 믿었다.


내가 아는 형은 그런 사람이니까.....






"김시우.."


".......?"



형이 시선을 다른데 두고서 무슨 말을 하려했다.


하기 어려운 말인지 머뭇머뭇 거리는 형의 모습에..


의아해 난 그런 형을 더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미안....."



".......?어??"



"형이 미안."



"...무슨소리야... 갑자기...."





날 보는 형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여태까지 볼 수 없었던


형의 슬픈 눈빛....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애써 태연한척 그런 형을 바라보며.


얼른 형의 입이 다시 열리길 기다렸다.




"너가... 이제 엄마좀 지켜줄래...."



".....뭐???내가???"



"너 아까 내가 한 말 그냥 흘려버린건 아니겠지..? 공부만 잘한다고 인생


을 성공한건 아냐.. 킥.. 물론 내가 공부를 못해서 이런 소리를 한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정말이야.....


아.. 내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거냐. 김시우, 너가 사랑하는 사람 지킬 자신 있지?"




형의 알 수 없는 말들... 그 알 수 없는 말들이


날 불안하게 만들고. 무언가에 대핸 확신을 만들고 있었다.




"형, 어디가? 어디가는거야???"


"어... 좀 멀리..."


"어디?!! 어딜 간다는거야... 형 아직 고등학교 졸업도 안했..잖아.."


"이미 자퇴서냈어. 엄마랑 같이 가서.."


"어??!!"


"시우야. 형이 하는 말 잘들어. 난 내가 할 일을 찾아 가는것 뿐이야..


그게 남들이 손가락질하고 욕하는 일이여도. 지금으로써 날 받아주는덴


거기밖에 없다. 근데 넌, 넌 아니잖아. 넌 나름 모범생이고 공부도 잘하니까


너가 정말 좋아하는게 뭔지 그 꿈을 찾아서 가. 열심히 하라구..


당분간.. 아니 어쩌면 좀 오래 걸릴지도 몰라. 형 하는 일이 좀 많이 바쁘거든.


그니까 그때동안 너가 무슨 일이 있어도 책임감 갖고서 엄마 지켜.


꼭 아빠한테서만 지키라는 소리가 아니야. 다른 모든 안좋은일.. 그런 것들에서 부터


너가 지켜내라고.. 알았지?"



"그게... 그게 갑자기..대체 무슨 소리야..! 어딜 간다는거야,어??"



"그냥... 형은 이제 없다고 생각하고 엄마랑 잘 살아. 그래줄래??"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지.... 나에게 있어서 형은, 말은 안했지만 아빠 같은 존재였다.


그런 아빠같은 존재가.. 갑자기 떠나버린다니...


어이가 없다못해 너무 황당해서.. 그냥 머릿속이 정지되는 듯한 기분.




"엄마도 알아? 엄마도 형 떠나는거 알아??"


"..아셔.. 김시우, 만약에 아빠 다시오면.. 만약 다시 오면 정말 사람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다시 오는날엔 그땐 너가 꼭 지켜줘야 한다. 그땐 나 불러도 못오니까 너가 지켜줘야돼.


알았지...."



"형... 진짜 가는 거야? 어?? 어디로?? 어디로 가는데??? 그건 말해줄수 있잖아."



내가 형이 없어질거라는 불안함에 꼬치꼬치 캐묻자, 형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않고


무슨 생각인지 씨익하고 웃더니 말하기 시작했다.



"너가 나약하다고 했었지 아까.... 몸이 나약한건 충분히 너 노력으로 바꿀수 있어.


근데 마음이 나약한건... 그건 운동기구로 바꿀수 없다는거 너도 알지.


앞으로 꾸준히 운동해 임마. 운동 열심히 하면 자연스레 몸은 좋아질꺼고..


몸이 좋아지면 또 자연스레 자신감도 길러질껄..?


형갈게. 잘지내라.."



"..형..... 가지마....."




나의 중얼거리듯 한 말을 형은 못들은건지.. 차츰 차츰 눈앞에서 사라져가더니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난 형을 붙잡을 수 없었다.


형이 떠나면 안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이미 마음을 한곳으로 정해버린듯 형의 표정과 말투는 너무 확고했고..


그걸 붙잡을 용기가 없었다.




내가 형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수 있는건 아니니까..









※불펌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