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서 있었던 일.


죽음의 작가입니다.


얼마 전 고시원 총무 일을 했었습니다. 거기서 나이가 드신 분을 봤는데, 눈 밑, 코를 가로질러서 길게 상처가 나 있었습니다.
게다가 귀도 완전히 기형처럼 만두귀였습니다.

그 분은 굉장히 신사적이었고 그 고시원에 있던 이유가 근처 대학교에서 군사학을 가르치는데 부동산 문제로 인해 고시원에 2달 정도 있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 날 새벽. 저는 카페인 중독 + 불면증으로 인해 결국 밤을 새버렸고 아침에 고시원 점등을 해야 했기 때문에 새벽 늦게 잠이 와도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한 번 자버리면 절대 아침 일찍 깰 자신이 없었으니까요.

근데 아침에 불을 키는 게 그냥 사무실로 가서 문 열고 스위치만 누르면 되는데 어찌나 귀찮던지, 그래서 그냥 그 날은 새벽 5시에 미리 물을 켜버리자 싶었습니다.

사무실은 3층이었지만 3층은 여성 전용 층이었고, 저는 4층에서 머물렀기 때문에 3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아, 3층에는 공용부엌과 세탁실도 같이 있는 구조입니다.

3층에 와서 사무실에 불을 켜고, 다시 4층으로 올라가려는데 부엌에서 누군가가 요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총무의 일 중에는 밥도 해야 되고 계란이나 라면같이 고시원에서 제공하는 식품들도 채워 놔야하기 때문에 저는 확인을 하러 갔고, 그 곳엔 그 할아버지가 계셨습니다.
할아버지라고 하기 에는 조금 젊은 나이지만 아저씨라고 부르기에도 조금 많은 것 같아서 평소엔 그냥 어르신이라고 불렀습니다.



｢총무님, 일찍 일어나셨네?｣

｢아 네, 어제 잠을 좀 일찍 자서요. 어르신도 되게 일찍 일어나셨네요.｣

｢밥하려고? 이거 내가 방금 막 다 펐거든.｣

｢네, 지금 막 새로 하려고요.｣

｢총무님은 언제부터 일하기 시작한 거야?｣


저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선, 제가 군대를 전역한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하니 그 어르신의 젊은 시절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내가 젊을 적에는 미국에 살았었거든, 지금도 있겠지만 미국 특수부대인 씰（SEAL）이라는 곳에 있었어, 물론 군대를 안 가도 됐었지만 그때는 군인이 너무 멋있더라고, 특히 해병이 말이야. 그래서 SEAL에 들어가게 된 거지.｣

｢와, 진짜 산전수전 다 겪으셨겠어요 그럼.｣

｢한 번은 말이야, 이런 일이 있었어. 내가 파병을 많이 갔었거든, 베트남하고 이라크, 그리고 아마존에도 갔었어.｣

｢아 정말요?｣

｢이런 얘기 좋아하는지 모르겠는데, 아마존에 가서 작전을 하고 있었는데, 아마존에 보면 강이 있단 말이야. 그 강을 따라서 들어가다 보면 지금은 다 없어졌겠지만 기지가 있었어 군사기지가. 근데 아마존이 워낙 위험한 동물들이 많아서 차라리 작은 배를 타고 강물을 따라 가는 게 더 안전해, 빠르기도 하고.｣

｢신기하네요...｣

｢그 날엔 작전을 다 끝내고 원래 있던 기지로 돌아가던 중이었어. 밤 12시가 지났고 비도 억수로 많이 와서 얼굴에 위장한 것도 완전히 싹 다 지워지고 그랬지. 우린 뗏목에 올라서 강류를 따라 쭉 따라가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저- 멀리서 이상한 게 보인대.｣

｢이상한거요?｣

｢그게 뭐였냐면, 사람 손이었어. 사람 손. 물속에서 사람 손 하나가 위로 쭉 빠져나와 있더라고.｣

｢사람 손이요!?｣

｢근데 그 손이 가만히 있는 건 아니고 양 옆으로 허우적 허우적 대는데, 이게 점점 가까워지니까 물에 빠진 사람이 살려달라고 하는 것처럼 보인단 말이야.｣

｢진짜 사람 손이었나요?｣

｢그럼! 진짜 사람 손이었지!! 그래서 그 사람을 구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그 작은 보트에서 다들 계속 의견이 엇갈리는 거야.｣

｢구했나요?｣

｢우린 계-속 구하자, 구하지 말자 하는데 배는 점점 손에 가까워지고. 그러다가 결국 결정도 못한 채로 손만 뻗으면 허우적대는 손에 닿을 거리에 왔지뭐야.｣

｢네네, 그래서요?｣

｢그런데 갑자기 구하자고 하는 애들 중 하나가 손을 뻗더니 허우적대는 손을 잡는 거야.｣

｢와, 그래도 구하셨네요.｣

｢손을 잡더니, 그 손이 갑자기 물속으로 훅 들어가데! 그래서 구하려고 손 뻗은 애는 같이 물속에 빠졌지.｣

｢같이 빠졌나요?｣

｢그래, 그래서 우린 같은 전우니까 구하려고 배를 돌리려고 해도, 물살이 워낙 세서 이게 돌릴 수가 없는 거야. 그렇다고 또 비까지 엄청 오고 물살도 워낙 센데 같이 빠지기도 쉽지 않고 말이야.｣

｢그럼 그냥 두고 갔나요?｣

｢아니, 결국 한 놈이 구한다고 물속으로 들어갔지.｣

｢그럼 같이 죽는 거 아니에요?｣

｢그래도 특수부대잖아, 체력도 엄청 좋고 수영도 아주 잘했지. 그래서 우린 구할 줄 알았어. 배 위에 있던 사람들은 물 위로 뜨면 도와줄 준비를 다 하고 있었지.｣

｢올라왔나요?｣

｢갑자기 물이 시뻘게지더라고｣

｢빨개져요?｣

｢피가 퍼지는 거야. 우린 밧줄로 근처 바위에 묶어놓고 배가 휩쓸리지 않게 고정시켜놨단 말야. 그러고선 나는 배를 지키고 다른 요원들은 다 뛰어들었지. 그리고 물속에서 한참을 기다렸어. 그러다가 한 명이 물속에서 나오더니 내 쪽으로, 그러니까 보트가 있는 쪽으로 막 오더라고.｣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근데 그 뒤로도 또 한 명, 한 명씩 물속에서 튀어 나오더니 다 내가 있던 보트로 전속력으로 헤엄을 치는 거야. 나는 그제야 무슨 일이 났구나! 싶어서 바로 바위에 고정된 줄을 풀고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 근데 한 명 한 명씩 물속에서 튀어나왔는데 뭔가 이상한거야. 분명 우린 5명이었는데 허우적대던 사람 구하러 한 놈이 뛰어들었고, 나는 보트를 지키고 있고, 해서 많아야 4명이 물속에서 튀어나와야하는데 자세히 보니까 머리가 8개는 넘게 나와선 헤엄치고 있더라고.｣

｢머리가 8개요?｣

｢그래, 게다가 비도 많이 오고 너무 어두워서 누가 누군지 전혀 못 알아보겠는 거야. 그래서 후레시를 켜고선 얼굴을 하나씩 확인을 했지.｣

｢그럼 나머지 머리 4개는 뭐였나요?｣

｢그 8개 머리 중에 우리편은 2명 뿐이었어. 나머지는 엄한 놈들이 빠져나와 우릴 죽일 기세로 헤엄쳐 오고 있더라고. 나는 바로 한 명을 부축하고선 다른 한 명한테 손을 뻗었지.｣

｢적들이 매복하고 있었던 건가요?｣

｢적이 아니었어.｣

｢적이 아니었다고요?｣

｢그래, 그건 적이 아니라 그 근처에 사는 원주민들이었는데, 그 원주민들이 식인을 하는 부족이었지, 사람을 잡아먹는 애들이라고.｣

｢식인이요!? 그럼 두 명을 구했나요?｣

｢한놈만 겨우 구했어, 다른 한 놈은 거의 다 왔는데 눈에 화살을 맞고 물속에 빠져버렸지 뭐야. 알고 보니 그 근처에서 다른 놈들이 화살로 겨누고 있었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어떻게 하긴, 그냥 다 총으로 쏴버렸지, 안 쏘면 죽는 것도 모자라 잡아먹히거든.｣

｢다 죽인건가요?｣

｢다 죽었는지는 모르고 그냥 대응사격만 하다가 물살타고 도망쳐버렸지 뭐야. 그러다 겨우 구한 한명도 손등에 화살을 맞았는데, 이게 또 화살에 독을 발라놔서 그 놈마저 죽을 뻔했지 뭐야.｣

｢와, 진짜 무서우셨겠어요...｣

｢내가 그 일 이후로 전역을 하고선 다신 아마존에 가지 않기로 했어, 세상엔 정말 미친놈들이 많거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