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 this the real life, is this just fantasy. （이게 정말 현실일까 환상일까）

굳이 스스로를 위한 핑계거리를 몇 가지 나열해보자면. 있으나마나했던 희미한 불빛과

유난히 좁게 느껴진 도로와 재수가 오지게 없었던 한 남자. 그리고 보헤미안 랩소디.

마음 같아서는 퀸의 디지털 리마스터 앨범을 산 내 잘못이 반, 내 정신머리를 쏙 빼어갈 정도로

노래를 잘 부른 프레디 머큐리의 잘못이 반이라고 치고 싶지만,

지금 공중에 떠있는 저 재수가 오지게 없는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저 남자한테는 모든 게 내 잘못이고, 내가 죽일 놈이겠지.

기이하게 뒤틀어진 남자의 몸뚱이가 차체에 밀려 붕- 떴다가 툭- 떨어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론 내가 이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Mama, just killed a man. （어머니, 난 지금 사람을 죽였어요.）

우연치고는 상황에 딱 맞는 가사. 찰나의 시간에도 CD플레이어는 돌아가기 바빴다.

당장에 노래를 끄고 싶었지만 부들부들 떨리는 손은 핸들에 찰싹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침착해지기 위해 심호흡을 수 번 했지만 헤드라이트에 비춰진 그것이 눈에 거슬려 진정이 되질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어둠 속에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떴다. 이리저리 터널 속을 살폈다.

비상등이 켜진 채, 터널 안쪽 갓길에 세워진 아반떼와 그 옆에 누워있는 남자의 몸통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의 상태가 어떤지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차에서 내리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지금 문을 열고 터널 속에 발을 내딛으면 그 어중간한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가 영영 헤어 나오지

못할 것만 같았다. 자동차 바깥의 터널이라는 공간이 이질적인 공간처럼 느껴졌다.

마치 내가 있으면 안 되는 공간처럼. 터널이 이렇게 어둡고 갑갑한 무서운 공간이었나?

순간 차마 바깥으로 내딛지 못하고 있던 발바닥이 액셀을 밟았고, 차가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3분의 1정도 재생되었을 때 일어난 일이었다.





As if nothing really matters. （마치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굳이 스스로를 위한 핑계거리를 몇 가지 나열해보자면. 터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CCTV와

너무나 한산하여 차가 없던 터널과 나쁜 마음을 품은 한 남자. 그리고 보헤미안 랩소디.

꽤 긴 거리를 지나치고 나서 룸미러로 뒤를 살폈다.

터널 속의 어둠에 잡아먹혀버릴 것만 같은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고개를 똑바로 고정하고 앞만 봤다. 앞에는 지옥 같은 터널의 끝을 알리는 밝은 빛이 보였다.

달렸다. 하지만 그 빛과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아직도 차 안에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들렸다.


'노래가 이렇게까지 길었나?'


시간이 지나도 계속 같은 것이 반복되었다.

터널 속에 울리는 보헤미안 랩소디와 저 멀리 달아나는 빛.

내가 미쳐버린 걸까? 노래는 끝나지 않았고, 빛은 그대로 먼 곳에 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차를 돌렸다.

그 남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아니다.

그것보다는 이쪽 방향으로는 절대로 나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끝이 없을 거 같았다.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내가 미친 건지, 근데 정말 이상하게도 반대로 달린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빛이 보였다. 터널의 반대편 끝에 닿은 건가?

이상하리만큼 빛이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내가 닿지 못했던 빛과는 다른 빛이었지만 터널 속에서 만난 한 줄기 빛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웠다.

나는 속도를 더욱 냈다. 짧은 탄식과 함께 웃기지도 않는 사실이 떠올랐다.

여기 일방통행 터널인데.

반대쪽에는 낯익은 아반떼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오고 있었고, 보헤미안 랩소디가 들려왔다.

will not let you go. （널 보내줄 수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