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
퍼왔는데 출처가 없네요...


-----------------------------------------------


[단편] 방파제






이건 며칠전 내가 생일여행 겸 낚시여행에서 일어난 이야기야
어릴적 부터 낚시를 해보고 싶었는데 도통 기회가 없더라구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사희생활에 찌들어 별다른 취미생활도 없었어
그러다 가끔 입밖으로 나도 낚시한번 해보고 싶다
이런말을 뱉었었는데 돌아오는 반응은 그냥 낚시대 하나 사서 아무데서나 하라는 거였지
근데 아무래도 어릴적부터 해보고싶었고 한거라 그렇게 시시하게 하고 싶진 않았어

그러다 얼마전에 친구들의 도움으로 생일여행 겸 낚시여행을 가게 되었지
미치겠는거야 너무 설레여서 처음으로 하는 낚시에 기대감이 장난이 아니였거든
그러나 왠걸 차가 너무 막히는거야 진짜 아우 자다가 눈을 떠도 그자리
시작부터 불안불안했지
결국 엄청 늦은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했고 첫날은 그렇게 그냥 뻗어버렸어
다음날이 되서 부랴부랴 이것저것 챙겨서 낚시하러 출발을 했지

초짜주제에 아 여긴 터가 안좋네 저기에서 촉이 온다
이러면서 큰 바위에 자리를 잡고 힘차게 낚시대를 던졌어
그때까지만 해도 두근두근했지
물고기가 입질은 하나 모든 신경을 낚시대로 향했지
그런데 뭐 당연한결과 새끼손가락 만한 놀래미 2마리가 전부

죙일 고생해서 얻은 2마리의 놀래미를 눈물로 방생시켜주고
환상속의 회와 매운탕을 뒤로 한채 라면을 끓여먹었지
그 라면맛이 아주 그냥 뭐랄까 당구장의 짜장면? 등산의 컵라면?
흡입을 흡입을 거듭해 라면을 깔끔하게 잡솨먹고
시내로 빠져나와 찾은 곳은 횟집

바다까지 왔는데 낚시하러 왔는데 흑흑 생선꼬리라도 맛봐야되지 않겠어?
그러던 중 한명이 제안을 했지
둘은 회를 사고 둘은 ㅇㅇ도에 숙박을 알아보자고
자리를 옮겨서 손맛을 보자는 심산이였지
모두들 동의했고 다행히 숙박까지 깔끔하게 정해졌어
급 산 회를 바리바리 싸들고 ㅇㅇ도로 향했지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이건 뭐..거의 자동차여행 수준
여튼 부랴부랴 도착하니 앞에는 작은 해수욕장이 펼쳐져있고
길을 따라가면 방파제가 똬악 최상의 장소였어
방정돈은 뒷전으로 사온 회와 쏘주를 들이부었지

슬슬 취기도 올랐을때쯤 한 녀석이 그러더라고
내일 낚시를 대비해서 지금 한탕해보자고
뭐 모두들 제일 먼저 잡는사람은 내일 설겆이 면제라는 내기에 들떠서
자기 낚시대를 챙겨 방파제로 미친듯이 달려갔지
다행히 우리말고 낚시하는 분들이 계셨어

각자 자리를 잡고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입질을 기다렸어
앞서말했다시피 낚시초짜들
잡았다하고 들면 뜯긴 갯지렁이, 이번엔 진짜다 하고 들면 바늘 걸린거,
이건 백퍼 거짓말이 아니다 촉이 온다 하고 들면 해초
점점 지쳐갔지 물이 너무 차서 물고기들이 잔다며 서로를 위안했어
내일은 이 바다의 물고기 씨를 말려버리겠다고 호언장담하면서 말이야
결국 우린 낚시대를 걸터놓다 시피하고 맥주판을 벌렸어

방파제에 앉아서 바다내음을 가득담은 바닷바람을 느끼며
잔잔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마시니 여기가 바로 천국이구나 싶더라고
그렇게 옛날얘기도 하면서 시간을 떼웠어
그러다보니 아까 마신 소주를 비롯한 취기 스멀스멀 오르더라고
근데 그때 뒤에서 어떤 아줌마 목소리가 들리는거야

" 지렁이 필요하세요? "

처음엔 우린 인줄 몰랐어
우리 말고도 낚시하는 사람이 몇명 있었으니깐
근데 또 다시 들려오더라구

" 학생들 지렁이 필요하세요? "

그때서야 우리인줄 알고 대충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필요없다고 대답했어
어차피 누군지 봐야 너무 어두워서 안보였거든
그런데 또 다시 물어보는거야

" 지렁이 필요하세요? "

그때까지만 해도 아 어둡고 파도소리라 잘 안들리나부다 생각하고 완전 우렁차게 대답했지

" 안!필!요!해~~~요오오!!! "

한글자 한글자 힘주면서 대답하는게 웃기다고 또 막 웃어제꼈는데
아줌마가 더 크게 또 물어보는거야

" 지렁이 필요하세요!?!? "

하아 이제 막 짜증이 나기 시작했지
한글자 한글자 대답해주던 놈이 벌떡 일어나 고함지르며 방파제 위로 올라갔어
우리는 낄낄대며 그 모습을 지켜봤지
저 녀석이 뭐라고 대답할까싶어서 근데 예상과 달리 도로 내려오더라고
위에 아무도 없다고 하면서
우린 갸우뚱했지만 곧 아 가면서 우리가 아직 낚시하고 있으니깐 남아있는 지렁이 줄 셈으로 물어봤나보구나 하고 수긍했지
결국 뭐 우리도 접기로 했지 슬슬 추웠거든
낚시대를 들고 올라오는데 아까 뛰쳐 올라갔던 놈이 낚시대가 없어졌다는거야
하여간 문제 인 놈들은 끝까지 말썽이지
휴대폰 후레쉬로 이곳저곳을 비쳐보는데도 안 보이는거야 그런데 그때 또 목소리가 들려왔어

" 지렁이 필요하세요? "

와아 그때 솔직히 살짝 쫄았어 진짜 친구들도 눈치를 보니 이녀석들도 나와 같은 느낌이였나봐
우린 동시에 방파제를 올라갔지
왠걸? 또 아무도 없네??? 등뒤가 쏴 해지더라고
괜히 이쪽 저쪽 휴대폰으로 비춰봤는데도 개미새끼 한마리없더라고
그런데 반대편에 떡하니 친구놈 낚시대가 있는거야
우리 그 놈을 몰아 욕하면서 무서움을 달랬지

" 아놔 병신이 저따 처 두면 어쩌냐고 "

" 저러다 잃어버리지 "

" 빨리 가지고 와 "

친구녀석은 전혀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낚시대를 가지러 갔어
우린 천천히 먼저 가있을 생각으로 걸음을 옮겼지
그런데 얼마 못가 뒤돌아 설 수 밖에 없었어
뒤에서 또다시 목소리가 들렸거든

" 지렁이 필요하세요? "

돌아봤을땐 친구녀석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선 미친듯이 우리한테 달려오는거야
진짜 그때 와...우리 셋도 괴성 지르면서 달렸지 이유도 모르고
팬션에 들어와선 아무도 말을 못했어
그러다 좀 진정이 됐는지 물어봤지
친구녀석이 낚시대를 드는 순간 아래에서 목소리가 들렸대
방파제 반대편 아래에서....반대편은 절벽인데 말이야
결국 우린 다음날 낚시는 무슨 빠르게 거길 빠져나왔어
첫 낚시에 이런 추억을 얻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