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빛으로 가득찬 폐쇄된 방 안.


그 방 안에는 책상을 사이로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마주 앉아있다.


여자는 하얀 옷을 입고 긴 생머리에 옅은 화장을 하고 있다.


남자는 두 손에 수갑이 묶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리고 그의 몸은 밧줄로 묶인 채, 의자에 고정되어 있다.


" 이름이 뭐에요?? "


" ... "


" 나이는 어떻게 되요?? "


" ... "


" ... 으음.. 정말 대답 안할꺼에요?? "


" ... "


여자는 끝없이 남자에게 대화를 요구 하지만, 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다.


" 이봐요.. 이성일씨.. "


" ... "


" 계속 대답 안하시면.. 이성일씨.. 불리해져요.. "


" ... "


" .. 얼마 안남았잖아요.. 마지막 재판 날.. "


" ... "


" ... 저한테 조금 희망이라도 보여 주셔야.. 될 꺼 아니에요.. "


" ... 희망... 이라구요?? "


남자가 여자의 말의 반응을 한 듯 고개를 든다.


그리고 여자를 노려본다.


" 아.. 예.. 희망... 성일씨가 바다에서 겨우 구조 되었을 때처럼 말이에요.. "


" 하! "


" ... "


" 그럼 잘못 알고 계신 겁니다. 저는 죽기위해 바다로 뛰어든 겁니다. 재수없게 살아난 것 뿐이구요. 그리고 그들을 모두 죽여버린 것도, 범행을 스스로 자백한 것도, 다 죽기위해서 그런거구요.. "


" ...아.. "


" 예! 그렇죠.. 희망.. 저는 지금 당장 죽어버리는 것이 소원입니다. "


" ... "


" 그럼 이제 됬습니까?? 저 이제 보내 주십쇼.. "


" 하.. 하지만.. "


" 그렇게 정 저를 도와주고 싶으시다면.. 소견서에 '구제불능' 이라 써주십쇼. 빨리 뒤져버리게.. 쳇! "


남자는 그렇게 쏘아 붙이고 다시 고개를 숙인다.


여자는 머리를 긁적인다.


그리고 여자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기 시작 한다.
















" 이봐요.. 이성일씨 "


" ... "


" 당신, 김범철 이라고 알고 있죠?? "


" .. 김범철?? "


남자는 여자의 뜻밖의 질문에 고개를 든다.


" ... 몇년전에 사형 집행됬던 사형수 아닙니까.. "


" 좋아요. 잘 알고 계시네요. "


" ... 모르는게 이상하죠.. 한참동안 그 놈 때문에 시끌시끌 했었는데.. 뭐.. 지금은 내가 뒤엎어 버렸지만.. "


" 네. 맞아요. 확실히 스케일도 성일씨가 두배는 더 크죠. "


" ...흠.. "


여자는 양손으로 턱을 괸다.


그리고 남자를 바라보며 묻는다.















" 성일씨는, 그 남자를 어떻게 생각해요?? "


" ... 뭐라구요?? "


" 김범철, 사형수였던 그의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구요. "


" ... 딱히 생각해 본적은 없는데요.. "


" 그럼 지금 생각해 보시면 되겠네요. "


" ...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


" 빨리 죽고 싶으시다면서요.. 그럼 일단 여기서 빨리 벗어나는게 순서겠죠?? 들어보고 보내드릴게요. "


" .... 으음.. "


남자는 고민한다.


" 그냥... 미친놈 아닙니까..?? "


그리고 대답한다.


여자는 그의 대답에 살짝 웃는다.


" 하하.. 맞죠.. 미친놈, 그것도 아주 많이 미친놈 이었죠.. "


" ... 그 놈의 대해 알고 계신 것처럼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 "


" 흠흠! 맞아요. 잘 알고 있죠, 지금 이 세상에 살아있는 인간들 중에선, 제가 아마 그 남자에 대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거에요. "


" 음.. 그 놈도 저처럼 선생님이 맡으셨었나 봐요..?? "


" 음.. 안타깝게도 그건 아니네요.. 전 그냥.. 음.. 뭐라고 해야할까요.. "


" ..?? "


















" 여자친구..?? "


" 에에에에에에에?? "


그녀의 대답을 들은 남자는 기겁해 한다.


" 뭐..뭣..뭐.. 아니.. 무슨.. 하..차.. "


" .. 반응이 왜 그래요..?? "


" ... 아니.. 아니.. 말이.. 말이 됩니까..?? "


" .. 안될 것도 있나요..?? "


" ... 생긴 건 멀쩡하게 생기셔 가지고.. 좀.. 의외네요.. 그.. 방금 멘트는.. "


" 어머.. 그런가요?? "


" ...허.. "


남자는 여자의 태도에 어이없어 한다.


" 그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오히려 제가 묻고 싶군요.. 그 놈.. 어떤 놈이었습니까?? "


" 으음... 그는... 으으음... 어떻게 말하는게 좋을까요.. "


" ... ?? "


" 아! 이렇게 말하면 되겠네요.. 그 남자는 모든게 낯선 남자였어요. "


남자가 여자의 대답에 갸웃한다.


" ... 무슨 소리죠..?? "


그러자 여자는 약간의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대답한다.
















" 상대방을 대하는 것도 낯설고.. 상대방과 대화하는 것도 낯설고.. 화내는 것도.. 그리워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기다리는 것도.. 그리고.. "


" ... "


" 슬퍼하는 것도.. 모든걸.. 모든걸 낯설어 하는 남자였어요. "


" ... 으음.. "


" 그야말로 '구제 불능' 이었죠, "


" ... 흥.. 부럽군.. "


" 근데.. 그거 알아요?? "


여자가 남자를 바라보며 묻는다.


" ... 뭘요?? "


" 성일씨도.. 그 남자와 많이 같은 것 같아요.. "


" ... 제가 무슨.. 그런 미친놈이랑.. "


" 음?? 성일씨는 자기가 정상인이라고 생각하시나 보네요..?? "


" ... 그.. 그건 아니지만.. "


" 그럼..?? "


" ..네? "


" .. 미친놈도 아니고.. 정상인도 아니면.. 성일씨는 뭐에요?? "


" ...아 "


남자는 여자의 물음에 당황해 한다.


" 그.. 그야.. 음.. "


여자는 고민하는 남자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 역시.. 닮았어요.. "


" ... 뭐가... 뭐가 말입니까..?? "


" 김범철이랑.. 많이 닮았다구요.. 성일씨.. "


" ... "


" 실은 제가 그 남자의 여자친구 였던 적은 그가 사형당하기 전 딱 3일 뿐이었어요.. "


" ... "


" 자세한 건 말해드리지 못하겠지만.. 그 남자도 성일씨처럼 처음 저를 만났을 때, 이런 모습이었어요 "


" ... "


" 뭔가.. 겉모습과는 달리 잔뜩 움츠러들어 있는 듯한 모습 말이에요.. 정말 닮았어요 "


" ... "


" 아..흠.. 뭐.. 개인 사정으로 성일씨와는 달리 약간 접근법에 다소 차이가 있었긴 했지만.. 흠흠.. "


" ... "


" 그래도.. 성일씨가 그 남자와 많이 닮아서.. 전 희망이 보이네요.. "


" ...아..음.. "


" 쉽게 포기하지 말아요.. 그 남자처럼..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쉽게 포기하지 말아요.. "


" ... "


남자는 묵묵부답으로 고개를 숙인다.


" 성일씨가 그 해변에서 어떤 사건에 휘말렸었는지는 저는 잘 몰라요.. 그러니까 슬슬.. 오늘부터.. 알아가면 되요.. 그게 제 일이구요.. "


" ... "


" 뭐 그렇게 풀 죽어 있어요?? "


" ... 아직은 모르겠군요.. 당신의 말이 진실인지.. 그냥.. 의사로서.. 저한테 거짓말을 하시는건지.. 아님.. 같은 사람으로서 진실을 말하고 계시는건지.. 아직은 모르겠군요.. "


" 아! 그럼!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단 말이되는거네요?? "


" ...뭐.. 아직 재판 날짜까지는.. 좀 남았으니까.. "


" 후우~ 좋아요. 다행이네요. 성일씨는 그래도 그 남자보다는 쪼오금 덜 된 싸이코 같네요. "


" ... 으음.. "


남자는 멋적어 한다.


여자는 희망을 가득 품은 듯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다.


남자는 고개를 든다.


그리고 여자에게 묻는다.


" 아..그러고 보니.. 의사 선생님 성함이..?? "


여자는 해맑게 웃으며 대답한다.


















" 이진선 이에요! 이진선!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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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오 출연: 이성일 [해변에서] - 이진선과 대화하는 성일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작가 목록에서 제
이름을 눌러 주신후 찾아 보시거나, 검색창에 .해변에서. 라고 치시면 나올거에요..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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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후기를 봐주세요 ㅠㅠ 짤려서.. 나눠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