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 입니다 ]



[ 아버지는 왜 ... ]



[ 왜 내 손을 자른 겁니까? ]




!?



무슨 소릴 하는 거지?!



갑자기 해머로 머리를 얻어맞은 듣한 충격이 찾아왔다.



기구한 소년의 이야기를 하다 대뜸 문제라고 낸 문제가... 아버지가 왜 자기 손을 자른 거냐고?



한동안 도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 인지, 그리고 이야기 말미에 갑자기 왜 ' 내 손 ' 이라고 한건지 , 또 이게 무슨 문제인지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했다.







얼마정도의 시간이 침묵으로 쓰였을까.




문득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 녀석은 제한시간을 두고 나를 압박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왜..그럴까?




여러가지 의문이 한가지 해답으로 모이고 있었다.




그건 바로.







' 그는 정답을 모른다. '




그는 정답을 모르는 것 같았다.




이렇게 내가 생각을 할 시간을 충분히 준다는 건. 내가 충분히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는 거고,




그 이유는 내가 정답을, 적어도 충분히 생각하고 의견을 말해 달라는 뜻인 것 같았다.







즉, 이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 였던 것.




그 녀석은 나에게 답을 구하고 있었다. 자신에 과거에 대해, 그리고 그 과거의 의문에 대해 나에게 답을 원하고 있다.







침묵이 어색해 질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스피커에서 그 녀석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왜 이런 질문을... 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죠? ]




그야 당연하지..라고 생각하고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 당신은 내가 기다리던 사람이예요 ]




정말 놀랍게도 스피커의 목소리는 그 전과 사뭇달랐다.




이전의 이유모를 광기가 섞인 목소리가 아닌, 차분하고 이성적인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스피커는 계속 그 녀석의 목소리를 울리고 있었다.







[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생각하시는 바와 같이 아까 그 이야기는 어린 제 이야기였습니다. ]




[ 내 과거에 대한 , 내가 결코 이해 할 수 없는 저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 누군가 해답을 내려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




[ 말도 안되는 문제들, 그리고 그 문제를 풀려고 하는 사람들. 전부 그것 때문이었습니다. ]




문제에 대한 말을 할때 문득 다시 광기어린 목소리가 고개를 드는 듯 했으나 다시금 차분해 졌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나서 광기어린 목소리를 낸 것은 바로 나였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 그렇다는건, 당신의 개인적인 물음에 대답해 줄 사람을 찾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겁니까?! "




스피커 너머 그 녀석의 목소리가 잠잠했다.




난 다시 물었다.




" 대답하세요! 당신의 그 개인적인 일때문에 이제까지 ... 저 두 사람이 죽은 겁니까! "




나는 이 방 가운데 누워 있는 두 시체를 가르키며 말했다.




저기 두 사람이 죽은 이유가 고작 한 사람의 궁금증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머리까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스피커에선...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 크크크크큭, 맞아요! 당신도 마찬가지, 저기 널브러져있는 시체들도 그렇고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나를 위해 존재합니다! 모두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도구란 말입니다! ]




광기를 넘어선 그의 말투에서 분노보다는 공포가 느껴졌다.




[ 하지만 당신들도 잘 생각해봐요. 모두 자신의 인생을 지루해 하고, 답답하다고 느꼈어요. 난 아무나 이곳으로 데려온게 아니예요. 당신에게 선물을 준거예요. 일상생활에서의 탈출. 항상 흥분 되는 삶을 쥐어준거라구요 ]




역시...역시 미친놈..




잠깐이나마 그의 과거이야기를 듣고 정말 조금 동정심을 가진 내가 부끄러웠다.




이 녀석은 정말 한없이 쓰레기였다.




' 내가 왜 이 녀석의 장단에 맞춰 물음에 답을 해야 할까? ' 라는 생각이 들면서 회의가 들었다.




하지만 딸 때문에라도 어쩔 수 없는 일.




......




잠깐, 만약에 저 녀석이 그렇게 그 문제에 대해 답을 갈구 하고 문제를 해결 해 줄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나라면.




그는 문제의 답을 찾고 싶어하니까 혹시 협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딸만 어떻게 먼저 내보내 주면 답을 말해주겠다. 라고 말해서 딸이 나갈때 조금 틈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순식간에 머리가 현기증 날 정도로 회전했다.




그렇다. 저 녀석이 그렇게 듣고 싶어 하는 대답. 그걸 이용하는 거다.







" 문제의 답을 듣고 싶습니까? "




의미 심장하게 말했다.




확신할 수 있다. 그가 이 문제의 답을 정말 원한다는 걸.




역시 바로 응답이 왔다.







[ 오호, 문제를 벌써 푸셨나요? 역시 당신은 다르군요 ]




[ 그럼, 정답이 뭐죠? 왜 아버지는 내 손을 자른거죠? ]




조금의 시간을 가지고 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노려보며 말했다.




" 그렇다면 조건이 있습니다. "




저 녀석이 내 조건을 들어줄까, 긴장한 탓일까 침 삼키는 소리도 너무 크게 느껴졌다.




그런데 스피커에서 들려온 소리는 예상 밖 이였다.




[ 크크크크크크크크 하하하하하하하하 ]




웃음소리




이건 정확하게, 명백하게 아까 내가 했던 말을 비웃는 웃음 소리였다.




왜? 그는 자신의 질문의 해답을 누구보다 간절히 원하고 있을텐데, 만약에 그 질문에 대답을 해줄 사람이 나라면 내가 하는 말에 저렇게 비웃지 않을텐데.




.....




한참 그의 웃음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올때 .




또 들렸다.




무언가 쏟아지는 소리, 그리고 발밑에서 떨림이 느껴왔다.




아까 느꼇던 진동보단 조금 더 발밑이 흔들거렸다.




지진인가 싶어 혹시라도 싶어 딸에게 다가가 주변을 살폈다.







[ 무슨 소리 안들려요?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여기 지진이 일어난걸 어떻게 아는 거지 ?




[ 지진이라고 생각하겠군요? ]




?!




[ 크크크크 무슨 소리가 들리나요? 당신 귀에는 ]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 많은 소리가 들리지만, 뭔가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 조그마하게 비명소리도 들리는 것같고, 먼가 터지는 소리가 작게 들리고 ......잠깐만, 가장 처음에 무엇인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그리고 뭔가 무너지는 소리. 그리고 비명소리... "




내가 거기까지 말했을때 다시 그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역시 당신은 다른 사람과는 달라요. 객관적인 사실과 정보를 가지고 그만큼 추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거든요 ]




[ 지금 당신이 느낀 소리와 진동은 지진이 아닙니다. 사실은 아랫층이 무너지는 소리지요. ]




[ 아까 한번, 그리고 지금 한번이니까 두개의 층이 무너진거네요. ]




" 왜 그런 짓을 하는 겁니까! 아직 각 층에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 사람들은.. "




내 말 도중에 다시 스피커가 울렸다.




[ 당신이 마지막입니다. 당신으로서 끝이 날겁니다. 크크크크 그래서 제가 웃은겁니다. 당신은 아마 제가 정답을 꼭 듣고 싶어하기 때문에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




[ 훌륭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실행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하지만 당신이 가진 카드 보다 내가 가진 카드가 더 좋다는 게 문제 였죠 ]




[ 지금 당신 발 밑에 층들은 내 앞에 있는 버튼에 의해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금 1층과 2층이 무너졌습니다. 당연히 지금 당신이 밟고 있는 층까지 폭파되면 위험하겠지요? ]




[ 그리고 당신은 아직 절 위해 문제를 풀어야 해요. 문제는 그 한가지가 아니거든요. ]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저 녀석은 정확히 내 머리속을 간파 하고 있었다.




마치 마리오네뜨 처럼 그가 조종하는 실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아까 전부터 느껴지던 진동이 발밑에서 사라졌다.







[ 자, 이제 다시 아까 이야기로 가지요. 문제를 아신다고 했으니까. 한번 들어볼까요? ]




[ 만약 아까 그 말이 저와 협상을 하려고 했던 허풍이였다면 3층의 버튼을 누르겠습니다. 어디보자...그 층에는 3 명이 있네요. ]




[ 누가 있는지 알면 혹시 조금 도움이라도 될까요? ]






나는 다시 문제에 대해 이미 생각 중이였다.




3층이 위험하다. 물론 내가 있는 층은 층 수로 따지면 9층.




하지만 무고한 사람들이 아무 이유도 모르고 죽게 되는 건 안된다.




생각해야 한다.




왜...왜....아버지가 왜 아들의 두 손을 잘라낸건지..그리고 그 아들의 원망, 분노, 증오 를 상쇄할 만한 대답을 구해야 한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 하고 있는데 스피커에서 의외의 음성이 들려왔다.













[ 이 망할 늙은이!!! ]





---------------------------------------------------------------------------------------

다음 편은 http://www.facebook.com/Lem0n.is.back 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