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전혀 거짓이 아님을 밝힌다....

처음부터 이런 말을 지껄이는 나를 미친놈 취급하겠지만 이건 엄연히 사실이며 지금도 내 앞에는 그

저주받은 일기장이 함께 놓여있다...

모든것은 그 일기장을 발견하고부터 시작되었다.

이제 곧 내가 주인공이 될지도 모르는 그 일기장 말이다....






나는 그저 무난하게 수능을 치르고 k모대학을 진학하게 되었다.

대학교에서의 낭만은 이미 거짓임을 안 나였지만 여자를 만나고 술을 마시는 것외에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아무것도.....

그날도 그저 평범하게 과대표가 사는 술을 마시고 새벽1시쯤 늦은 귀가를 한 날이었다...

원룸에서 생활하던 나는 가로등 불빛 몇개가 덩그러니 흘러들어오는 좁은 골목길을 걷는걸 매우

싫어했다...

물론 직진으로 가므로 지름길이긴 했지만 대낮에도 사람들이 별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전에 그곳에서 노점을 하던 사람들이 이상하게 화재나 강도에 의한 살인으로 불길한 일들을 당하자

입소문을 타고 이 길은 거의 인적이 드문 길이 되어 버렸다...

평소에도 조금은 멀더라도 돌아가는 길을 가던 나였지만 술기운에 그냥 그길로 들어가기로 했다...

골목길 입구인 전봇대 모퉁이를 도는 순간 갑자기 소름끼치는 한기가 느껴졌다.

지금이 3월달이니 아직은 춥겠거니 생각했지만 이건 그런 차가움이 아니었다...

기분좋은 차가움이 아닌 옅고 끈적끈적한 불길한 서늘함.... 글로도 표현못할 오싹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술기운에 당당히 골목으로 들어가던 나는 갑자기 구석의 쓰레기봉투가 들썩이는 장면을 어렴풋히

보게 되었다..

"에라이, 이길은 평소에도 재수가 없더니 이젠 또 무슨헛것이 보이냐???"

화를 내며 그곳으로 다가가던 나는 갑자기 발에 뭔가가 채이는것을 느꼈다.

"어, 이거 일기장인가??? 어떤 놈이 새걸 버리냐 돈아깝게......"

그곳에는 파란파탕에 아무 배경도 없는 깨끗한 일기장이 널부러져 있었다.

흔히 요즘 초딩들이 사는 죽음의 일기장은 뻘게서 분위기라도 살지 이건 정말 밋밋하다..

일기장을 들춰보니 그저 새하얀 공백이 있을뿐 아무것도 없었다...

"쳇,이런 쓰레기 누가 가지기나 한데??"

일기장을 다시 버리려 하는 순간 문득 일기장 뒷면에 희미한 글씨같은게 비추는게 아닌가....

가로등의 기분나쁜 불빛 속에서 내가 확인한 글자는 짤막하지만 왠지 불길한 내용이었다.

'일기에도 사람의 영혼이 들어갈수 있을까??'

글씨는 그저 그런 검은색이었지만 이상하게도 평범한 색이 아니라 마치 피가 굳어 검붉어진 글씨처럼

소름끼치는 문구였다...

"재수없게 술이 다 깨네 에라이 기분 더러워.."

그저 무심히 버리려는 순간 이상하게 내 손은 그 기분나쁜 일기장을 꼭 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치 내 손이 내 뇌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처럼....

갑자기 일기장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게 느껴진다..

"그래 까짓거 깨끗한데 뒤에 낙서만 지우면 쓸만하겠지 뭐~~"

얼떨결에 일기장을 주워들고 원룸 입구로 들어오다 원룸 관리인과 마주치게 되었다..

"학생 지금 몇신데 계속 돌아다니나? 피곤해 보이는데 빨리 들어가게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봐라봐주는 아저씨의 모습에서 왠지모를 고마움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마음속에는 기분나쁜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나오는것이 아닌가.

"아저씨가 뭔데 이래러 저래라에요?? 고작 이런 다닥다닥 붙어있는 원룸 훑으면서 돈이나 받아먹는

주제에...큭큭큭..."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흘러나오는 순간 나는 관리인 아저씨가 나를 호되게 혼낼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욱더 어둡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학생, 기분 안좋은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도 되네... 얼굴도 수척한데 고생이 얼마나 심한가?

늙은이가 붙잡아서 미안하네... 푹 쉬게나..."

얼굴이 수척하다고? 그야 뭐 술을 마셨으니 그렇겠지...그래도 성격 좋은 영감일세...

일기장을 꼭 집어들고 원룸책상에 앉은 나는 일기장을 책상에 가지런히 두고 바로 침대위로

올라갔다...

허리가 아팠는지 무심결에 온 몸을 벽쪽으로 돌린 순간....

내가 아직도 술에 취했는지 그 일기장에서 뭔가 희미한 물체가 일기장 틈새에 숨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닌가....

"거참, 이놈의 일기장이 왜이리 사람을 귀찮게 해???"

신경쓸일이 아니었지만 왠지 확인을 해봐야겠다는 본능이 나를 책상으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 희미한 물체가 있던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책상에 올려져있던 여자친구의 사진을 심하게

쳐버려 사진틀은 벽에 부딫혀 이상한 굉음을 만들어냈고 나는 손의 통증보다 그 일기장의 글자에 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보름달이 뜨던 4월 3일 그곳에서 모든것이 시작되었다.

희미한 달빛으로 비치는 그의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구석 테이블에서 뭔가에 열중하는 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다가가는 순간.....'

여기서 글자는 끊겨 있었다....

이상하네 분명 아무 글자도 없었는데.....

그 순간 갑자기 눈꺼풀이 무거워지며 심한 졸음이 몰려왔다...

말도 안되지만 정말 10초만에 나는 일기장 앞에 얼굴을 파묻고 그대로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새벽 6시50분...

심한 갈증에 깨어난 나는 정수기로 다가가 찬물을 마시려 했다...

그 때 갑자기....

'쾅 쾅 쾅'

누군가 문을 심하게 발길질 해대는 것이 아닌가???

물을 마시려다 말고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른 나는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누군데 이 아침부터 싸가지없게 남의 집 문을 두들겨???"

갑자기 발길질이 멈추고 농후한 중년 사내의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원룸 관리인입니다 지금 댁 학교에서 살인사건인가 자살인가 암튼 사람이 죽어서 난리가 아니에요.."

누가 죽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인가?? 어이가 없어서 문을 열고 관리인에게 따끔하게 말하려는 순간...

"그런데 그 죽은 사람이 당신 핸드폰 번호를 손에 꼭 쥐고 죽었다는군요...

지금 경찰과 함께 와 있어요... 어서 문 여세요.... 서로 피곤하게 하지 말고..."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내 핸드폰 번호를 쥐고 죽어?

잠시 멍하니 있다 나도 모르게 문고리를 여는 순간 여러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가운데로 담배를 피고 있는 한 형사가 천천히 내게 걸어오며 말을 걸었다.

"이한수씨, 당신을 박미경양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으며..."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갈순없다...

"이봐요, 내가 사람을 죽였다니...증거라도 있냐 말이오??

그...그렇지... 그 손에 내 번호를 쥐고 있단 것만으로도 살해범으로 의심한담니까?

당신들 머리가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너무 흥분한 나머지 악을 쓰며 대답하는 나에게 형사는 한심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 여자의 사망원인은 화학약품인 FD-326 과다 복용 및 얼음으로 추정되는 칼에 의한 복부 과다출혈..."

범행시간은 새벽1시20분으로 추정......그 약품통에서 당신의 지문이 발견되었고 부검결과 당신이 여러번

찌른 피해자의 복부에서 당신의 손톱조각이 발견되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얼음칼은 독창적이었다 치지만 이렇게 단순해서야....쯧쯧쯧..

이래도 당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겁니까??큭큭..."

기분나쁘게 주위의 사람들도 듣고 실실 쪼개는것이 아닌가....

문득 나는 내가 원룸으로 오던 시각 나를 목격한 관리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맞아요, 저를 본 사람이 있어요. 이 곳 원룸 관리인인데... 그때가 새벽 1시 30분이었을거에요..

그럼 나는 결백한거죠..맞죠??"

대충 듣고있던 형사는 갑자기 코웃음을 치더니 갑자기 살기를 띄며 입을 열었다..

"이게 보자보자하니까... 오냐오냐 해줬더니 어디서 기어올라 이 살인범 새끼야...

그 관리인이라는게 지금 있는 이 한명 뿐인데 그사람은 아까 증언에서 12시 이후로 아무도 본적이 없다고

했어..거짓말도 좀 적당히 해야지..이거야 원...큭큭."

이건 말도 안 된다... 분명히 그때 그 관리인의 얼굴이 아니다...

나는 다짜고짜 현재 있는 그 관리인에게 물었다..

"이봐요, 당신말고 분명히 또 있잖아?? 왜 거짓말을 해서 나를 살인범으로 몰아 이 나쁜놈아!!!!"

잠시 당황하던 관리인은 대뜸 화를 내며

"이런 미친녀석 여기는 나 말고 아무도 없어. 벌써 7년째 내가 이곳 관리인인데 무슨 개소리를 하는거야?"

....................

정신이 아득해져온다....

그럼 내가 살인범이란 말인가....

그냥 술먹고 들어왔는데 갑자기 살인범이라니...

형사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내 방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불쑥 수갑을 내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것이 아닌가...

"이제 변명은 다 끝났겠지? 뭐 재판하더라도 넌 이미 명백하게 살인범이지..안그런가?클클클..."

재수없게 웃던 형사는 내 뒷덜미를 끌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






2개월후

지금 이곳은 청량리 교도소....

재판날까지 3일이 남았지만 내 지인들이나 변호사도 모두 나를 포기한듯 귀찮은지 형식적으로만 묻고

답하고는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나는것이 아닌가...

죽음을 기다리고 있자니 정말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이대로 억울하게 죽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웠다..

그래... 어차피 죽을 거라면 뭐라도 해야지....

문득 그날밤 일기장의 문구와 그날밤의 일들이 떠올랐다...

그래....일기장을 쓴 시점은 보름달이 비추었던곳....

그러고보니 내가 그 때 원룸에 들어온 날도 보름달이 뜨던날....

문득 생각하건데 이상한점은 또 있었다...

사람 한명 죽였다고 사형이라니...

이건 말도 안된다....

유영철 같은 살인마 새끼도 버젓이 살아있는데... 그것도 고작 한명 죽였다고 사형이라니...

이건 뭔가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보름달은 또 뭐고 그 관리인은 어디로 증발했다는 거야???

너무나도 궁금하고 답답했다....

이 사실을 명쾌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죽으면 천추에 한이 될 것 같았다...

'그래.....이왕 이렇게 된거 모든것을 알고 끝내자.......이렇게 된거.....'

3일후에 있을 재판을 위해 당일 나를 호송하는 차량이 있다...

얼핏 40분남짓하는 거리지만 내가 탈출할 시간은 넉넉할 것이다...

실패는 없어야 한다...반드시.....

반드시.....누가 나를 모함했는지....

그날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반드시 알아낼 것이다....꼭....무슨 일이 있더라도...

'어두운 독방에서 나는 두 눈을 희번뜩하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반드시.....알아낼것이다...반드시....'





후와 걍 심심해서 써보는거에요....

이상하더라도 욕하지는 말아주십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