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짓을 오래하니까 별에 별 생각이 다 듭니다. 누구한테 말 할 사람도 없어서 여기에 쓰고 조금이라도 풀고 싶습니다.

지금은 30대가 되었고, 10년 넘게 약속 같은 것도 잡아 본 적도 없고, 친구는 당연히 없고, 원래부터 혼자 사는 게 오히려 편해졌습니다.
예비군 말고는 집 밖에 나가 본 적도 없는 진짜 개 씹찐따에 백수인데.

부모가 있는 집에 있기 너무 힘들고 죽을 거 같고 싫어서 8년 가까이 일요일에도 출근해서 번 돈으로 아예 다른 지역으로 이사 왔습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거 해보겠다고 퇴사하고 부모 손에 닿지도 않을만큼 원래 살던 곳에서 아주 먼거리의 시골 읍내로 원룸을 구했네요.

퇴사를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고 해봤지만 역시나 잘 되지 않습니다. 그냥 웹툰이였습니다.
실상은 스트레스에 못 이겨서 장애도 얻고 정신병까지 얻고 기계에 손 넣어서 손 자르면 쉴 수 있지 않을까 할 정도로 많이 불안해
그냥 도망치고 싶어서 퇴사를 하고 준비도 없이 시작했던 것이라 눈이 멀었습니다.

3년 백수짓 할 동안 8년 정도 일하면서 생긴 정신병과 귀장애와 그간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서 1년 정도는 쉬면서 운전 면허도 따고 하면서 웹툰을 연습을 했지만, 역시 부족한것만 보이고 여전히 스트레스가 너무 많았습니다. 퇴사를 했는데도 이상하게 정신을 못 차리겠어서, 하루에 한숨을 몇번을 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렵다보니까. 안 하려고 하고, 점점 못하게 되고, 계속해셔 편법만 찾아 다니고 그냥 시간만 보냈습니다.

내 실력에 대해서 계속 스트레스를 받아서 3년 정도 백수 짓을 하니까.
현재는 한달 넘게 손을 놓고 그냥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컴퓨터 앞에 앉아만 있으면서 유튜브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구경하면서 살고 있네요.

뭐 한 것도 없고 이뤄낸 것도 없는데 이미 지칠대로 지쳐서 뭐 하나 안보여서 남의 인생이 그렇게 재밌고, 구경 하는 게 재밌습니다.

특히 가족얘기가 그렇게 좋아 보입니다.

엄마나 아빠 얘기가 그렇게 좋은데 제가 생각 하는 건 그냥 이름만 가족이고 남이고 새 엄마한테 욕먹고 맞았던 기억밖에 나지 않습니다.

잘 되라고 한 거겠지만, 그것밖에 기억이 없고, 평생 그럴 거 같던 새엄마와 아빠도 제가 가족 중 처음으로 혼자 독립을 할 때 찾아와 주셔서 살갑게 대해주셨는데 뭔가 그게 내가 알던 부모가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냥 밥 챙겨주기만 할 뿐인 아줌마랑, 이름밖에 모르는 아저씨가 와서 살갑게 대해주는 느낌이였습니다.

그게 오히려 인지 부조화가 올 정도로 옛날에 그랬던 거는 나를 때리고 그냥 혼내기만 하던 일은 없던 일 처럼 잊어버리고,
지금와서 부모 행새를 하려는 것처럼 보여서 뭔가 혐오감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냥 아저씨 아줌마가 갑자기 친한척 하는데 거부감이 듭니다.

그래도 부모도 사람이니까. 이런 저런일 있었고, 나도 아무튼 그런 아줌마 아저씨를 이해를 해야 하고,
그러려니 그냥 없던일 처럼 생각하고 그냥 아무것도 없던 일 처럼 살고 있습니다.

역시나 다른 사람 인생을 구경하다보면 제 인생에서는 이런것만 보여서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네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그냥 후회만 남은 옛날 일밖에 없습니다.

뭔가 달라지고 싶어도 이런거 밖에 없는 내가 달라 지지가 않아서 하루하루 괴롭습니다.

하던것도 내려 놓고, 이제는 그냥 컴퓨터 앞에 앉아만 있고, 의미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는건 알고 있지만,

쉽게 바뀌고 싶어하는 나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백수짓을 오래 하다보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뭐가 먹고 싶은지도 뭐가 하고 싶은지도.
그냥 뭐가 뭔지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