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잘하는 게 없고, 어딘가 나사 빠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항상 문제 덩어리였다.

특히 집중력이 많이 부족했다. 공부든 숙제든 일이든 뭐든 집중력 부족으로 인해 남들보다 뒤쳐졌고, 따라잡으려면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의지도 부족하고 게을러서 그러지도 못했다. 실패하는 일이 많았다.

집중력이 부족하니까 사소한 실수도 너무 잦았다. 게을러서 그러한 실수를 고치려고 노력도 안 했다.

같은 실수가 계속해서 반복됐다.

집중을 못하니 항상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미루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허겁지겁 끝냈다. 계속 반복되니 버릇이 됐다.

그래서 시험도 언제나 벼락치기를 했다. 열심히 공부한 적이 없었다. 당연히 성적은 좋게 나올 리가 없었다.

인간관계도 서툴렀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부족했다. 눈치가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중학생 때 반 년 정도 친구 한 명 없을 정도로 고립되어 보고 내가 정말 비정상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고등학생 때도 인간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곳이 군대였다.

항상 남들보다 뒤쳐지고, 눈치도 없고, 실수도 잦고, 그 실수를 반복하고.

그러니 자연스레 선임들로부터 미움받고, 동기들로부터 외면받고, 후임들로부터 무시받았다.

그들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그런 사람을 싫어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니까.

나였어도 그랬을 거다.

혹여 오해할까봐 적자면 군대에서 조직적인 집단 괴롭힘 같은 걸 당한 건 아니다. 집단 괴롭힘과 불호로 인한 거리두기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군대는 후자였다.

그러나 결국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나도 내가 잘못된 것을 안다. 그걸 고쳐야 된다는 생각까지는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행동으로 옮기는 게 쉽지가 않았다.

바꿀 수가 없다.

그래도 결국 죽지 않고 군대에서 나왔다.

'죽으면 부대원들에게 민폐일 것이니까' 라는 건 너무 포장된 이유이고, 그냥 죽는 게 무서운 겁쟁이었다.

군대를 전역하면 나아질 줄 알았다. 물론 조금은 나아지긴 했다.

그래도 결국 근본적으로 내가 바뀌지 않으니 비슷한 문제가 반복된다.

집중을 못 하고, 언제나 할 일을 미루고, 마감에 임박해서 겨우 끝내고.

그러다 보니 잠을 제대로 못 자고, 평시에 더욱 집중을 못 하고, 또 밤을 새고.

악순환의 반복.

언제까지 이 짓거리를 해야 될지 모르겠다.

내가 바뀌면 되는 일 아니냐고? 맞는 말이다.

근데 못 바꾸겠다. 그 정도 깜냥이 되지 않는 놈이다.

바뀌지 못한다면 결국 끝내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결국 단념한다. 겁쟁이라 끝낼 용기도 없으니까.

결국 또 하루를 어떻게든 넘긴다.

이제는 이 지루한 책이 언제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를지 궁금할 뿐이다.